[발행인 칼럼] 약점을 장점으로, 위기를 기회로

2021-12-01

자기소개서를 쓸 때, 혹은 면접장에서, 본인의 단점에 대해 이야기하라는 질문에 어떻게 답해야 할지 고민스러웠던 경험이 다들 있을 겁니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단점을 장점으로 바꿔서 표현하는 팁과 모범 답안들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치명적인 단점은 쓰지 말아야 하며, ‘소심하다’는 ‘신중하다’, ‘집중력이 없다’는 ‘관심사가 다양하다’라고 긍정적으로 표현하라는 등 다양한 방법을 소개해 줍니다. 그러나 사람 정확하게 보는 면접관은 가려낼 수 있을 것입니다. 말 바꾸기만 한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단점을 극복하고자 노력했는지 말입니다.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면, 그 과정 자체가 성장과 승리라고 생각합니다. 

성공한 창업가들 중에는 단점을 오히려 장점으로 활용하고 위기를 기회로 변화시킨 이들이 많습니다. 


자폐를 장애로 보지 않고 오히려 경쟁력 있는 장점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업을 창업한 ‘토킬 손’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덴마크의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토킬 손은 막내아들이 자폐 진단을 받은 뒤 도움 받을 수 있는 곳들을 이리저리 찾아다녔지만 만족스럽지가 않았습니다. 아들이 장애인으로 배제되어 평생 자립적인 삶을 살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을 느끼게 되자 그는 새로운 길을 스스로 찾아보기로 결심하고 과감하게 직장을 그만둡니다. 그리고 창업한 회사가 ‘스페셜리스터너’입니다. 새로운 소프트웨어에 취약점이 없는지 테스트하는 기업 ‘스페셜리스터너’는 영어로 전문가(스페셜리스트)라는 의미입니다. 그 회사에서 일하는 ‘전문가’들 대부분은 자폐 성향 진단을 받은 이들입니다. 


아들의 자폐 증세를 고치려고 애쓰기보다는 오히려 남다른 특징을 발휘해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주고 싶었던 아버지는 컴퓨터 분야 인재들이 자폐 증세와 유사한 특징을 지녔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그것은 바로 ‘집중력, 세심함, 끈기’라는 특징이었습니다. 자폐 증세가 오히려 핵심역량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이를 활용해 소프트웨어 테스트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는데, 성공적이었습니다. 고객사의 만족도도 아주 높았습니다. 

토킬 손은 자폐에 대한 사회의 편견을 변화시키고자 2008년 비영리 재단을 설립하고 전 세계에 스페셜리스터너의 모델이 퍼져나갈 수 있도록 힘쓰고 있습니다. 


‘토도수학’과 ‘킷킷스쿨’ 등 내놓는 제품마다 호평을 받으며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교육 스타트업 ‘에누마’의 이수인 대표에게도 토킬 손과 유사한 사연이 있습니다. 국내 유명 게임회사에 다니던 그는 출산하자마자 아이를 병원 집중치료실에 보내야 했습니다. 아이가 학습 장애를 겪을 것이라는 진단을 받게 되었고, 아이를 위해 아무것도 못하는 게 무서워서 무슨 일이라도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장애아도, 학습 능력이 부족한 아이도 함께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하고자 지난 2012년 창업을 했습니다. 에누마 이수인 대표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투자자를 위해 어느 나라의 환경을 망치거나 일자리를 다 없애는 방식으로 돈 버는 회사는 옳은 걸까요. 자녀 입시를 걱정하는 부모들 겁 줘서 돈 버는 것 말고 교육 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은 굉장히 많다고 생각해요. 저희 회사가 얼마나 많은 아이들의 삶을 바꿀지 지켜봐 주세요.”


 개인적 불행을 사회를 바꾸는 원동력으로 활용하는 이들의 노력이 정말 감동적입니다. 존경스럽습니다. 
 스타트업은 문제 해결을 목표로 삼습니다. 새로운 방식으로,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시키면서 난제를 해결해가는 스타트업들이 더 많아지길 바랍니다.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2021년을 마무리하는 스타트레일매거진 12월호에는 '소셜 솔루션 스타트업' 코너를 신설하고 기후위기 시대에 대응하고자 온실가스를 줄이고 환경을 지키는 예비사회적기업들을 소개했습니다. 더밀크 코너에서는 실리콘밸리에서 주목받는 에너지 스타트업의 소식을 들어보실 수 있습니다. '다니엘의 스타트업개론'에서는 투자받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스타트업의 인력 관리에 대한 조언을 담았습니다. 그 외에도 '돈 안 들이고 초기 유저 확보하는 법', 연말연시에 읽어볼 만한 책 등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했습니다. 


 2022년에도 변함없이 스타트업에게 도움이 되는 콘텐츠를 전해드리고자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주)엔빌 '스타트레일매거진' 편집진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