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꿀벌, 우크라이나, 그리고 스타트업

2022-04-01

꿀벌이 사라지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계속되고 있지만, 꿀 만드는 스타트업은 신이 났습니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냐구요? 

꿀벌의 실종 관련 보도, 꿀벌의 멸종에 대한 경고는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세계 곳곳에 들려오던 꿀벌의 대량 실종 사태가 올해는 국내 양봉 농가들을 덮쳤습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국적으로 100억 마리의 꿀벌이 죽거나 사라졌다고 합니다. 텅 비어버린 벌통이 50만 개 이상인데, 양봉인들은 한 목소리로 이런 전멸 사태는 처음 본다고 아우성입니다. 


그러면, 전쟁과 꿀벌은 무슨 관계가 있을까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세계 각국에 원유와 천연가스, 석탄, 우라늄 등을 수출한다는 것은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에너지뿐 아니라 두 나라는 모두 주요 꿀 수출국이기도 합니다. 우크라이나는 세계 5위, 러시아는 세계 8위의 꿀 생산국입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때 식량창고와 수출항구부터 폭격했다고 합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침략에 항의하는 세계 각국의 결의로 금수 조치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두 나라는 꿀도 수출하지 못하게 된 거지요. 


한편, 이스라엘의 생명공학 스타트업 ‘Bee-io’는 실험실에서 꿀을 만듭니다. 꿀벌이 없어도 진짜 꿀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고, 곧 양산을 시작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미국의 한 매체는 “이런 전쟁 상황에서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승자가 될 것 같다”면서 꿀 만드는 스타트업 ‘Bee-io’를 치켜세웠더군요. 

‘Bee-io’는 꿀벌이 꿀을 생산하는 것과 같은 공정을 거쳐 꿀을 생산하는데, 그것은 꿀벌의 소화 과정을 그대로 복제한 인공 소화기관을 개발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미생물 발효 기술을 이용해 벌꿀을 만들고 있는 미국의 스타트업 ‘멜리바이오(MeliBio)’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타임 지가 매년 발표하는 ‘올해 최고의 발명품들’에서 ‘꿀벌 없는 멜리바이오 꿀(MeliBio Honey Without Bees)’이 2021년 특별 부문 중 하나로 뽑히기도 했죠.

이들 스타트업이 생산하는 꿀은 ‘비건(완전한 채식주의) 꿀’이라고도 불립니다. 꿀을 채취하는 것은 꿀벌들의 노동력과 필수 영양원을 빼앗는 것이고, 꿀을 채취하는 과정에서 많은 꿀벌이 죽게 됩니다. 양봉 과정에서 벌집 관리의 명분으로 벌집을 태워버리거나 벌의 날개를 자르는 등의 비윤리적인 행태도 문제로 제기됩니다. 그래서 벌을 희생시키지 않는 꿀을 찾는 이들이 늘어났고 비건 꿀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지요. 


꿀벌이 사라진 시대, 꿀을 만드는 스타트업은 더 큰 성공을 거둘지 모르겠습니다. 꿀벌들을 대신해 꿀을 만드는 스타트업 덕분에 우리 식탁에서 꿀이 사라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그렇다고 꿀벌의 멸종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기후위기, 무분별하게 남용되는 살충제, 급격한 도시화로 서식지를 잃고 천적은 늘어나 꿀벌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꿀벌에게 무엇보다 가장 무서운 적은 기후위기라고 합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데 스타트업만큼 발빠른 조직은 또 없습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더 많은 스타트업들이 도전했으면 좋겠습니다. 기후위기는 꿀벌뿐 아니라 인류를 멸종시킬 무서운 적이기 때문입니다. 


(주)엔빌 '스타트레일매거진' 발행인 정복주 & 편집장 정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