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rail

[다니엘의 스타트업개론]#4 '혁신적 아이디어' vs. '혁신적 실행'

등록일
2020.07.14

  

‘혁신적 아이디어’ vs ‘혁신적 실행’

 진정한 혁신은 어디에서 시작될까 



스타트업 코칭을 하거나 IR 피칭 심사를 할 때 참 안타까운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바로 ‘자신들의 아이디어가 얼마나 혁신적인지’를 강조하는 팀을 볼 때 입니다.


일단 눈에 띄어야 지원금을 받든 사무공간을 얻든 투자금을 받든 하기 때문에 차별성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당연하지만, 우리나라에서 1년에 등록되는 법인만 11만개가 넘고 우리 경제 규모가 전 세계의 2%가 되지 않으니 산술적으로 전세계 단위로는 오백만개 이상의 법인이 매년 튀어나온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법인 등록 단계까지 못 가고 없어진 아이디어까지 따지면 적어도 천 수백만개의 사업 아이디어가 매년 나오는 셈입니다.  


게다가 경쟁사가 올해 등장한 업체만 있는게 아니라는 점까지 따지면, 세상에 저렇게 차별화된 아이디어가 있구나라고 놀랄만한 확률은 수천만분의 1 이라는 겁니다. 피칭이나 데모데이에 참여하는 스타트업 대표들은 항상 본인의 아이템이 혁신적이라고 강조하지만 결국 거기서 거기. 어디서 들어본 것이거나 그것들의 마이너 카피입니다.


그럼 차별화를 포기하라는 뜻이냐? 물론 그건 아닙니다.


하지만 아이디어만으로 차별화하기는 너무 어려운 일입니다. R&D 등을 통해 기술 차원에서 차별화를 꾀하는 것 또한 테크 기반이 아닌 스타트업에게는 대단히 무리한 요구라는 점을 생각해볼 때,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차별화는 대단히 명확합니다.


바로 평범한 아이디어의 비범한 실행, 즉 ‘실행의 차별화’ 입니다.


배달의 민족이 사업 초기 음식점들의 전화번호를 얻기 위해 길거리에 버려진 전단지를 줍고, 인쇄소를 돌아다니며 문전박대 당하기를 6개월을 하고 5만개의 음식점 DB를 모았다는 이야기는 유명한 일화죠.


게임회사 로비오는 4년이 넘는 기간동안 50여개의 게임을 말아먹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어 마지막으로 딱 하나만 만들자고 해서 만들어진게 앵그리버드였죠.


펍지의 김창한 대표도 17년동안 게임 기획자를 하면서 만든 게임이 모두 망해서 마지막으로 사업 접을 각오로 만든 게임이 바로 배틀그라운드였다고 합니다.


위 사례 모두 아이디어 측면에서만 생각해봅시다.


배달 어플리케이션은 배달의 민족 이전에도 있던 아이디어였고, 심지어 지금도 나오는 아이디어입니다. 포탄을 쏴서 연쇄반응을 일으키는 게임은 2000년대 초 이미 국내에서 포트리스 라는 탱크 슈팅 게임이 시장을 휩쓴 적이 있고, FPS도 수 차례 구현된 적이 있는 게임입니다. 아이디어만 보면 전혀 차별화되어 있지 못한 것이죠.


하지만 중요한 건 배달 음식점 DB를 남들보다 빠르게, 게다가 적은 비용으로 모으고, 이것을 고객과 음식점들이 편하게 사용하도록 끊임없이 개선해 낼 실행력이 있느냐. 혹은 플레이어의 취향에 맞는 게임을 구현하기 위해 시간과 돈의 압박속에서도 버텨낼 실행력이 있느냐의 차이일 뿐입니다.


물론 돈이 엄청 많으면, 대기업이 배달앱 시장에 뛰어든다면 굳이 전단지 줍고 인쇄소 돌 필요 없이 “우리 XX그룹에서 이런 사업을 시작하니 음식점들 참여하세요.” 하고 몇 백억 광고비를 쓰고 전지현 같은 모델도 내세우면 됩니다. 대형 게임업체들은 개발비로 300억원에서 500억원은 우습게 쓸 수 있죠.


하지만 스타트업은 이런 자원이 없기 때문에 ‘나와 팀의 실행력’으로 커버해야 살아남는 겁니다.


정리하자면 비범한 실행이란 아래 네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1. 남보다 적은 비용으로

2. 남보다 짧은 시간에

3. 남보다 아주 약간 더 좋은 제품을 

4. 남보다 아주 약간 더 빠르게 시장에 내놓는 것


사업 초기, 스타트업들간 아이디어와 Time to market 관점에서의 작은 차이는 지속적인 노력이라는 요소와 만나서 결국은 근본적인 경쟁력의 차이로 벌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차이가 몇 년간 쌓이면 비범한 실행에 집중했던 스타트업은 혁신의 아이콘이 됩니다. 속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나 “호사가들이야 그들의 아이디어는 시장 혁신을 불러왔다.” 고 말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국 실행력의 차이였고, 그 실행력을 꾸준히 유지한 지속력의 차이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학교 다닐 때, 공부 잘하는 친구들을 보면 특별한 비법이 있는 것이 아니라 더 꾸준하게 더 오래 공부하고, 어려운 문제라도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던 것을 떠올리면 쉬울 것 같습니다.


‘스타트업 = 아이디어’ 라는 프레임은 이제 좀 버렸으면 좋겠습니다.


‘스타트업 = 실행력 &  존버’ 이며, ‘혁신’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미친 실행력으로 구현해 낸 ‘결과물’을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