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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생각하라

등록일
2020.06.10

포스트 COVID-19 시대의 혁신, 거꾸로 생각하라


박 병 태 


 아직 경험해 보지 못했던 신종 바이러스 코로나19는 2020년 초부터 전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더니 최근에는 하루 평균 10만 명이 넘는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일일 신규 확진자가 10만명을 넘은 적이 하루도 없었는데, 5 월 하순부터 현재(6월 초)까지는 거의 매일 신규 확진자가 10만명을 넘는다고 한 다. 실제로 코로나바이러스를 겪어보니 바이러스 자체도 무섭지만, 코로나가 몰 고 온 후폭풍이 더 문제가 될 것이라는데 아무도 이견을 달지 못할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 후폭풍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치료약이 아직 개발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유일한 예방법이 확진자와 만나지 않는 것 뿐이어서 마스크를 착용하거나 감염 경로인 비말이 튀지 못할 정도의 거리를 둬 야 한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이와 같은 예방법의 적용을 위해서 각 나라에서 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격리, 외출 자제 및 금지 조치 등이 강력하게 이루어졌다. 이와 같은 조치의 여파로 코로나19의 팬데믹 현상은 여러 국가에서 점차 소강상 태에 이르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성과와 비례하여 국가 간 무역과 왕래의 제한, 지역 간 이동과 통행의 제한, 외출과 여행 및 관광은 물론 단 체 모임이나 식사까지 제한되어 소비와 공급이 동시에 멈춰버리는 심각한 경제 적인 어려움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경제 성장 절벽의 현상 은 이제부터 시작이고, 그 기간은 무척 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기 때문에 그 심각성은 더욱 크다. 


 출처: https://news.joins.com/ article/23424960

 

 따라서 국가나 기업, 기관이나 단체 그리고 개인 등 각 주체는 포스트 코로나로 인한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미래의 새로운 산업 판도 및 국가 간의 경쟁력 과 영향력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포스트 코로나는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제일 먼저 대두되는 변화로 는 비대면을 위한 언택트(untact)에 대한 예측이 가장 많다. 코로나19 예방의 가 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비대면이 제시되다 보니 어느새 문화처럼 자리 잡게 된 언 택트 (untact) 기술이 미래 사회를 이끌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리고 언택트 (untact) 기술에 따른 파생으로 원격 진료, 재택근무, 온라인 교육을 비롯하여 각 종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런데 이것은 누구나 가능한 예측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표면적인 변화 이면에 서 각 주체가 할 수 있는 내용이 무엇인지 알아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것 을 어떻게 찾아서 더욱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도록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문제는 결국 각 주체에게 다시 돌아가게 된다. 


  출처: TBS뉴스 (2020-03-31일자)


 그렇다면 각 주체는 무엇을 해야 할까? 어떻게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 을까? 그 방법은 생각의 근육을 단련해 변화 뒤에 존재하는 근본적인 힘을 발견 하는 것이다. 변화의 모든 단서는 눈앞에 있다. 다만 거기서 더 깊은 의미를 읽어 내는 노력이 필요하고 변화의 2차적인 영향을 읽어내는 통찰과 창의력 제고가 필요하다. 그것이 미래의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 변화를 파악하는데 중요 한 것은 흐름을 읽는 것보다 그 내용을 읽는 것이 더 중요하다. 변화의 여러 가지 단서를 모아 패턴을 만들고, 그 패턴에 담긴 내용을 읽기 위해서는 일련의 방법 이 필요하다. 어떤 방법이 있을까? 

 통찰과 창의력을 높일 방법으로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고 가장 흔하게 사용되 는 방법은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이다. 브레인스토밍은 다음과 같은 생각 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사고 기법이다. 한 사람보다 다수의 아이디어가 많다. 2 아이디어 수가 많을수록 질적으로 우수한 아이디어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3 아 이디어는 비판이 가해지지 않으면 많아진다. 

 그러므로 브레인스토밍에서는 어떤 발언이라도 비판을 해서는 안 되며, 자유분 방한 의견을 장려하고, 아이디어가 많을수록 좋다는 사상과 다른 사람이 낸 아이 디어에 편승해도 좋다는 것을 전제로 최대한 많은 아이디어를 찾아내고자 하는 기법이다. 그러나 막상 브레인스토밍을 시작하면 생각과 달리 획기적인 생각이 술술 떠오르지 않거나 많은 아이디어가 나온다 하 더라도 실제 적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별로 많지 않다. 더욱 생각이 잘 나오도록 하는 또 다른 기법이 필요 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와 같이 앞으로의 변화가 예측이 안 되고 생각하는 힘을 키워 야 할 때 우리의 사고를 확장할 방법의 하나가 거꾸로 생각하는 역발상이다. 역 발상은 ‘why not(왜 안돼’에 대한 대답이 되기도 한다. 역발상을 하는 방법은 4가 지가 있는데 다른 방법이 또 있지 않을까? 위치를 바꾸면 안 될까? 핵심이라고 생각하는 기술을 제거하거나 바꾸면 안 될까?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 을 가능하다고 생각 등이 그것이다. 역발상을 위한 4가지 비법을 구체적으로 살 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꼭 하나여야만 된다는 생각 버리기


 현대인이 자기 몸에 가장 가까이 두는 것은 휴대용 화장지와 휴대폰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화장지는 우리 생활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물건이다. 그런데 우리 가 사용하는 화장지는 대부분이 하얀색이다. 

 왜 화장지는 흰색이어야만 할까? 거꾸로 검은색은 화장지가 될 수 없을까? 

 화장지가 흰색이 이유는 이물질이 묻었을 때 잘 보이도록 하는 청결과 위생 관 념 그리고 다른 색깔로 염색하는 공정을 추가하지 않음으로써 비용을 줄이고자 하는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이를 거꾸로 생각하면, 이물질이 짙은 색만 있는 것 일까? 흰색 이물질도 있는 거 아 닌가? 흰색 이물질을 흰색 화장지로 닦으면 전 혀 표시 나지 않으니 다른 색깔이 필요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가능하다. 그리 고 흰색 화장지만 있는 것에 대해서도 펄프 색깔은 하얀색이 아니므로 형광 표백 제를 사용하여 하얗게 만든 것이기에 하얀 색깔이라고 반드시 깨끗한 것은 아니 라고 생각하는 것이 역발상이다. 

 이물질은 짙은 색이고 화장지는 하얀색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이다. 


 바(Renova)의 컬러 화장지, 출처: https://www. picuki.com/tag/watepaper


 실제로 화장지는 흰색이라는 고정관념에 반기를 든 기업이 있다. 포르투갈의 화장지 회사 레노바(Renova)는 하얀색 화장지를 벗어나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 하늘색 등 다양한 색상의 화장지를 만들었다. 처음 레노바에서 칼라 화장지가 나 왔을 때 ‘누가 화장실에서 빨간 화장지를 쓰겠어’라고 걱정했지만, 작은 소품에서 도 차별화를 꿈꾸는 개성 강한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칼라 화장지가 인기를 누 리고 있다. 초(超) 개인화 초(超) 특화 시대를 맞이하여 더 많은 러브 콜이 예상된 다. 레노바의 화장지는 크리스마스 또는 생일날 등 파티 준비를 위한 장식 소품 으로도 사용되며 화장지 업계에 틈새를 만들고 있다. 


 해피페이퍼사의 검정색 화장지 세트, 출처: https:// likejp.com/1111


 실제 유명 연예인 중에서도 칼라 화장지 애용자가 있는데 대표적으로 유명 가수 비욘세(Beyonce)는 빨간색 화장지, 영국의 유명 TV, 음악 프로듀서인 사이먼 코 웰(Simon Phillip Cowell)은 검은색 화장지를 사용한다고 한다. 컬러 화장지는 포 르투갈과 미국 및 영국뿐만 아니라 일본의 해피페이퍼사(Happy Paper)에서 개 발한 검은색 화장지 세트가 블랙 마니아 층의 인기를 누리며 고가에 판매되고 있 으니 주목할 만한 일이다. 


 둘째, 꼭 그 위치에만 있어야 한다는 생각 버리기 


 거꾸로 타는 보일러, 출처: https://blog.naver.com/ gapboo7/220742093996


 겨울이면 “아버님 댁에 보일러 놔드려야겠어요”라는 광고 문구로 유명한 거꾸로 타는 보일러 광고가 한때 유행하였다. 이 거꾸로 타는 보일러도 역발상의 결과이 다. 

 일반적으로 보일러의 버너 위치는 보일러의 하단에 있는데 ‘거꾸로 타는 보일 러’는 버너의 위치를 상단에 설치함으로써 처음 가열된 공기는 위쪽에서 아래쪽 으로 잠시 내려오다가 자연적인 대류 현상에 따라 다시 위쪽으로 올라가는 움직 임을 보여 두 배의 효율을 올리는 원리이다. 즉, 내부에 흐르는 물을 위에서 아래 로 내려옴으로써 데워진 공기가 내려올 때 한번, 다시 자연 대류 현상에 의해 올 라갈 때 또 한 번, 총 두 번 데우는 방식이 거꾸로 타는 보일러의 원리다. 이는 버 너는 늘 보일러의 아래에만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거꾸로 하여 보일러 위쪽에 버 너를 설치한 사례이다.


 셋째, 꼭 그것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 버리기


 어느 상품이나 가장 핵심적인 분야가 있다. 그런데 그 핵심을 제거함으로써 오 히려 혁신을 이루었다면 이것도 거꾸로 생각한 결과이다. 예를 들어 사탕의 생명 은 단맛인데 단맛을 내는 설탕을 제거한 ‘무설탕 캔디’, 커피의 생명이라 할 수 있 는 카페인을 제거한 ‘카페인 프리’, 또는 ‘디카페인 커피’와 같은 것이 그것이다. 반대로 생각하는 역발상은 때로 핵심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혁신을 이루기도 한다.


 넷째, 꼭 안 된다는 생각 버리기


몰 오브 에미리트의 실내 스키장, 출처: https:// dubai4u.tistory.com/56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에서 가능성을 찾는 것도 거꾸로 생각하는 것 이다. 예를 들어, 눈이 오지 않는 사막에서 스키를 타는 아랍에미리트를 상상할 수 있는가?

 두바이에 있는 쇼핑몰 몰 오브 에미리트(Mall of Emirates)에는 축구장 세 개 크 기의 실내 스키장이 있는데 이 스키장은 사막에서 스키를 탄다는 기발한 발상 덕 분에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최고의 쇼핑몰’에도 이름을 올리기도 하였다. 추운 러시아에는 에어컨이 필요 없을 것이라는 일반적인 생각을 뒤집어 러시아 에어 컨 시장의 36%를 점유한 LG전자의 사례도 반대로 생각한 결과이다.

 흔히 추운 러시아에는 에어컨이 필요 없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러시아에도 1년 에 약 45일간의 여름이 있다. 더구나 추운 날씨에 익숙한 사람일수록 더운 날씨 를 더 견디기 힘들어한다는 점에 착안하여 틈새를 찾은 것이다. ‘미쳤다’라는 소 리를 듣지 않는 아이디어는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아니다. 역 발상 즉, 거꾸로 생 각하는 것이 언제나 크게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큰 성공보다는 오히려 틈새시장이 더 가까울 수 있다. 그러므로 거꾸로 생각했 다고 해서 처음부터 너무 크게 그 일을 확장하거나 반드시 옳다고 강요할 필요는 없다. 거꾸로 생각했지만 수많은 사례가 소리소문 없이 묻혔기 때문이다. 또한, 거꾸로 생각한 것에 대해 소비자들이 일시적으로 흥미를 느낄 수는 있으나 지속 적으로 더 낫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일반적인 상품이 소비자들에게 너무 익숙하여 무엇인가 새로운 혁신 을 이루고자 한다면, 그리고 최근의 사태와 같이 무엇인가 새로운 변화가 나타난 다고 하면, 기존의 방식대로 유지하거나 경쟁자가 하는 모습을 따라 하거나 누구 나 다 예측하는 방향으로 쓸려가거나 하는 방법으로는 위기를 극복하기 힘들다. 그러므로 거꾸로 생각해 보는 사고의 전환을 시도해 보고, 가능성이 있는 아이디 어가 탄생했다면, 작게 시작하여 틈을 만들고 그것을 큰 시장으로 키우는 스몰 자이언츠 전략도 생각해 볼 일이다.


박 병 태

(현) 학교법인 가톨릭학원 보건정책 국장

(현) 가톨릭대학교 의료경영대학원 겸임교수 

(현) 사단법인 대한병원행정관리자협회 대학병원회 회장 

(현) 한국병원경영학회 대외협력부회장 

(전)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개원준비 사무국장 

(전)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개원준비 사무국장 저서: 「문화가 성과다」(공동 번역)